2014.05 식물의 전래, 원산지에서 한반도까지 / 고추
식물의 전래, 원산지에서 한반도까지 / 고추
벌침처럼 화끈한 매운 맛
野 丁
재배기간이 긴만큼 이름도 많아
우리나라에 고추라는 작물이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전후라고 한다. 남쪽에서 들어왔다고 하여 남초(南椒), 중국에서 전해졌을 것으로 보고 호초(胡椒) 또는 당초(唐椒 댕추)라 했다. 그 밖에도 만초(蠻椒), 남만초(南蠻椒), 번초(蕃椒), 왜초(倭椒), 랄가(辣茄), 고초(苦椒), 꼬치, 꼬추 등으로 불렀다.
고추는 재배 기간이 긴 식물이라 그만큼 제 민족마다 다른 언어로 부르면서 많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영어권에서는 Chili pepper, 또는 red pepper, chilly, chili, chile, hot pepper, sweet pepper, bell pepper, pimento, pimiento라 한다. 후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식물인데 페퍼라고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을 두고 후추로 알았던 것이다. 그 후부터 고추(Capsicum )속을 모두 pepper라고 부르게 되었다. 일본어로는 唐辛子당신자(Tōgarashi), 중국어는 辣椒랄초(Làjiāo)라 한다. 한자로는 랄초(辣椒), 번초(蕃椒), 번강(蕃姜), 당초(唐椒), 첨초(甛椒), 첨랄초(甛辣椒), 대통자(大統仔), 청초(靑椒)라는 여러 가지 이름을 쓴다. 가지과에 속하는 열대성 목본이지만 온대지방에서는 겨울에 죽기 때문에 한해살이풀처럼 보인다.
세계로 확산된 고추 재배경로
1493년 콜럼버스가 고추를 스페인으로 전하면서 ‘붉은 후추’라는 뜻으로 red pepper라 했다. 그러나 원산지에서는 고추를 현지어로 아히(Aji)라 했는데 잉카제국에서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름이었다. 페루지역인 케추아(Quechua)의 인디언들은 uchu 또는 ucho, ucha라고 불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일반적으로 고추를 말할 때 Chilli 또는 Chili라 하는데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Nahautl지방의 인디언 방언에서 따 온 이름이다. 미국에서는 영어식의 Chili와 스페인어의 Chile 모두 Capsicum 식물체의 과실을 뜻한다.
우리가 피망이라고 부르는 Pimento는 매운 맛을 없애고 과피가 두꺼우며 다즙성이고 단맛이 있는 적색고추를 의미하는 스페인어를 영어식으로 바꾼 말이다. 발칸반도 지역의 슬라브족들은 peperke, piperke, 또는 paparka라고 했다. 1569년 이후 헝가리에서 파프리카(paprika)로 부르면서 여러 가지 색깔의 단맛이 있는 둥근 고추를 생산하게 되었다.
고추를 뜻하는 학명 Capsicum annuum L.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é)가 명명했지만 Capsicum은 프랑스의 분류학자 토우네포(Joseph Pitton de Tournefort)가 1719년에 처음 기술하였다. 씨를 감싸고 있는 열매 꼬투리가 봉지와 비슷하다고 하여 상자 또는 봉지를 뜻하는 라틴어 Capsicon이라 했다. 후에 Capsa 또는 Capsula로 바뀌었다.
다른 시각으로는 그리스어로 ‘씹는다’는 뜻의 Kaptein 또는 Kapso로부터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고추를 씹으면 몹시 맵기 때문에 먹는다는 뜻이 들어 있는 셈이다. 뒤의 종소명(種小名) annuum은 1년생이라는 뜻이다. 열대성인 고추나무가 온대로 오면 겨울에 시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오늘 날 재배하는 고추와 거의 유사한 야생종은 미국 남부로부터 아르헨티나 사이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콜럼버스가 고추를 발견하기 이전에 이미 미주 대륙에서 널리 재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데스 산맥 동쪽 아마존강 상류지역의 페루와 볼리비아의 접경지대와 브라질과 파라과이 인접 지역에 다양한 야생종 고추가 분포되어 있다.
기원전 6,500년경 멕시코의 고대 유적에서 탄화된 고추씨가 출토 되었고, 기원전 850년경에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재배하기 시작했다.
수렵과 채집생활을 했던 고대인들에게 있어 고추는 생으로 먹을 수도 있고 건조시켜 저장할 수도 있는 식품이었다. 특히 매운 고추를 곁들이면 사냥한 고기나 물고기를 장기간 보존할 수 있고 냄새를 없애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음식에 들어가면 식욕을 돋우고 비타민 A와 C가 많아 값진 과채로 취급했다.
더구나 고추는 종자 보존 기간이 길고 재배하기도 쉽다. 말리면 운반이 쉽고 품종에 따라 매운맛의 정도가 다양하며 수확량이 많다. 적은 양이라도 고추가 들어가면 음식의 맛을 월등히 높여주기 때문에 유럽에 전해진 이후 짧은 기간에 구대륙의 열대와 아열대 지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세계 각지에서 고추를 생산하게 되었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새로운 후추
스페인에 처음 고추를 전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로 1493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긴 항해 끝에 발견한 땅을 당시에는 인도로 착각했다. 서인도 제도를 발견한 그들은 고추의 매운 맛을 확인하고 인도에서 재배하는 후추의 한 가지로 보았다. 본국으로 돌아갈 때 고추씨를 휴대했으나 종자를 보존하지는 못했다.
그 뒤 포르투갈 인이 브라질에서 독자적으로 고추를 발견하고 유럽에 전하면서 약용 또는 식용으로 재배하게 되었다. 유럽 각국에 널리 전파되어 서양 요리에 큰 영향을 주었다.
도입 초기의 유럽에서는 고추를 재배하여 약용으로 썼다. 고추의 매운 성분이 통증을 완화시켜 준다고 생각하여 신경통이나 류머티스 질환에 두루 쓰였다. 실제는 고추를 향신료로 보고 재배하기 시작했으나 후추의 향기로운 맛과는 달리 입안을 화끈하게 하는 고추의 자극이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인들에게는 맞지 않았다.
동양의 국수가 실크로드를 통해 이미 지중해 여러 나라에 널리 퍼져 있었으므로 국물이 들어가는 요리에 고추가 식용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추는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같은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식용으로 널리 사랑 받아왔다.
남부 유럽과는 달리 중부 유럽에서는 매운 고추보다 맵지 않은 고추를 작출(作出) 해 냈는데 이것이 바로 피망이고 파프리카다. 동양에서는 고추가 양념으로 쓰이는 데 비해 서양요리에서는 채소로 쓰인다. 특히 색채를 중요시하는 서양요리의 경우 파프리카의 다양한 색깔을 이용한 샐러드나 피자에 많이 쓰고 있다.
유럽에서는 값비싼 수입품인 후추를 대신하는 향신료로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16세기에는 오스만 제국을 경유하여 발칸 반도 주변이나 헝가리에도 전파되었다. 서구의 식민지 확산 정책으로 인도와 북아프리카에도 전래되었고 뒤이어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에도 전파되어 요리의 향신료로 이용하게 되었다.
17세기경에는 원산지와 환경이 비슷한 인도,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미 많은 품종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들 지역은 대규모 생산지로 고추 소비량도 많다. 중국에 전파된 시기는 명조 말이라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등청정)가 우리나라에서 가져갔다는 북방 도입설이 있으나, 포르투갈 인이 담배와 함께 전파했다는 남방도입설이 유력하다.
1542년에 포르투갈 선교사가 오오토모 소린(大友義鎭대우의진)에게 헌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에는 식용보다는 관상용이나 의약으로 이용되었다. 구체적인 기록으로는 에도시대 후기의 농학자 사토 노부히로(佐藤信淵좌등신연)가 1829년에 저술된 《초목육부경종법(草木六部耕種法)》에는 “고추(蕃椒번초)는 남아메리카의 동쪽 바닷가의 브라질(伯亜見国백아견국)에서 찾았으며, 천문 11년(1542년) 포르투갈 인이 처음으로 와서 호박 종자와 함께 국주인 오오토모(大友宗鱗대우종린)에게 바쳤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1542년에는 포르투갈 선교사가 일본에 내항했다는 다른 기록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일본에서는 ‘카이바라에켄’(貝原益軒패원익헌)이 저술한 《화보(花譜)》나 《대화본초(大和本草)》에는 “일본에는 없었고, 히데요시(秀吉수길)가 조선 정벌 때, 종자를 가져왔기 때문에 고려후추(高麗胡椒)라고 말 한다” 고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서로 상반된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에 전해진 향신료 작물, 고추
고추가 한반도에 전해진 시기를 두고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지봉(芝峰) 이수광(李晬光)이 1614년에 편찬한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고추를 이렇게 적었다.
『고추(南蠻椒남만초)는 독성이 강하다. 처음 왜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왜개자(倭芥子)라 한다. 요즘은 널리 심는데 술집에서 술안주 같은 몹시 매운 음식으로 이용한다. 고추를 소주에 타서 팔기도 하는데 이것을 마신 사람이 많이 죽었다.』
당시에는 일본에서 들어온 겨자의 한 가지로 생각하였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원고를 1760년에 그의 조카들이 출간한 백과사전 격인 《성호사설(星湖僿說)》이나,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도 고추(蕃椒)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도입되었다고 적었다.
조선시대 어의였던 이시필(李時弼)은 《소문사설(謏聞事說)》에서 순창고추장의 제조법에 대해 “순창고추장은 고춧가루에 전복, 새우(大蝦), 홍합, 생강 등을 첨가하여 만든다.”고 기록했다. 아마 이렇게 만든 고추장은 서산 지방의 어리굴젓 비슷한 밑반찬이 아니겠는가 추측할 수 있다.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보충하여 영조 때의 내의(內醫)였던 유중림(柳重臨)이 엮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도 고춧가루로 고추장을 담그는 법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키나와에서는 고추를 고려후추(高麗胡椒 코레이그스) 또는 고려약(高麗薬 코레이그스이)이라 하여 조미료로 쓰고 있다. 고추가 한반도에서 오키나와에 전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고추가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로 추정하고 있다. 고추가 한반도에 전래되기 전까지 ‘초(椒)’는 산초(山椒)·천초(川椒)·후추(胡椒) 등을 뜻하는 매운 양념의 통칭이었다. 이것을 고추로 오인하여 15세기 이전에도 한반도에서 재배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으나 신빙성이 없다. 고추나 그 외 근연종의 자생지가 아시아권에서는 발견된 바 없기 때문이다. 일부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 고추나무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길가나 마을 근처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이것은 사람에 의해 재배하던 것이 흩어졌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고추라는 식물은 아시아 원산이 아니므로 한반도 자생설은 맞지 않는다.
수많은 품종으로 개량된 과채
고추는 재배 품종에 따라 동그란 것, 뾰족한 것, 타원형이 있는가 하며, 아래로 달리는 것도 있고, 옆으로 또는 위로 달리는 것도 있다.
빛깔도 서로 달라서 흰색 고추에서 노랑, 주황, 빨강, 보라, 자주 등 무수히 많다. 매운 맛을 즐기는 기호에 따라 다르고 열매의 길이가 한 자나 되는 큰 고추도 있고 작은 것은 동그란 구슬 모양도 있다.
이처럼 수많은 품종의 고추를 재배하지만 우리나라 재래종만큼 적당히 맵고 단맛이 강한 품종도 흔치 않을 것이다. 태국이나 인도 고추처럼 목을 쏘는 듯한 지독한 매운 맛도 아니고 그렇다고 피망이나 파프리카처럼 그저 밍밍한 맛도 아니다. 고추가 매워야지 맵지 않으면 그게 어디 고추인가.
우리의 고추는 재배 역사가 400년 밖에 안 되지만 세계 어느 민족도 만들어내지 못한 기발한 고추요리를 창조해 냈다. 바로 김치다. 고추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냥 채소를 소금에 절여 저장했다. 그래서 김치를 침채(浸菜)라 했고, 딤채, 짐치, 김치가 되었다. 김치는 고추를 만나 비로소 김장이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 민족도 생각해 내지 못한 저장식품을 완성했다. 소금에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생강 같은 양념을 넣고 갓이나 무채와 버무려 숙성시키면 맛깔스런 김치가 된다. 여기에 찹쌀풀과 새우젓이 들어가 미생물의 발효를 돕는다.
고추가 김장에만 들어가던가. 생선요리에 고춧가루가 없다면 무슨 맛이며 그 비린내를 어찌할까. 요리의 천국이라는 중국에서도 생선 요리만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다. 기름에 튀겨 걸쭉한 소스를 끼얹어 먹는 것이 중국식 생선요리다. 그러나 우리는 쇠고기도 양념에 재워 이튿날 불고기를 해 먹듯이 고춧가루와 마늘즙으로 생선요리를 한다. 알싸하고 진한 고등어조림이나 갈치조림의 깊은 맛을 저들이 알기나 할까.
불고기는 김치와 함께 이미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지 오래다. 세계적인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도 이제는 한국요리를 맛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구미 각국의 식도락가들이 우리의 김치에 깊이 빠져드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과학적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살아있는 유산균이 풍부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고추와 마늘이 만들어낸 기막힌 맛이 아닌가.
우리 겨레는 유난히 마늘과 고추를 좋아한다. 아주 오랜 옛날 환웅천왕 때부터 마늘과 쑥을 먹은 곰이 동굴에서 겨울을 지내고 사람이 되었다지 않은가. 마늘은 그만큼 우리와 밀접한 식품이며 양념이고 약이다. 그러다가 고추를 만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요리를 완성했으니 바로 김치가 아니던가.
고추와 마늘만 있으면 어떤 채소, 무슨 식물의 뿌리나 열매도 김치를 담글 수 있다. 물이 많으면 동치미 같은 물김치가 되고 적으면 장아찌가 된다. 젓갈 또한 고춧가루가 없다면 서산의 어리굴젓도 맛볼 수 없을 것이요, 명란젓이나 아가미젓도 고운 고춧가루로 맛을 낸다. 한식에는 고추가 들어가는 반찬이 많다. 고추가 없다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단에서 무슨 맛으로 밥상을 대할까. 여름철 입맛이 깔깔할 때 찬 물에 밥을 말아 풋고추를 날된장에 찍어 으적 깨무는 야만스런 맛은 고급 요리와도 견줄 수 없는 원시의 맛이다.
고추를 통해 민속 문화를 꽃피우고
고추가 어디 식품으로만 쓰이던가. 겨울철 양말 속에 고춧가루를 조금 넣으면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먼 길을 갈 때면 잊지 않았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에게 고춧가루를 뿌리거나 고춧물을 부어 적을 퇴치했다. 오늘날의 최루 가스보다 천연의 무기였으니 전쟁도 친환경적으로 수행했던 것 같다. 잔혹한 고등계 형사가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여 물에 탄 고춧가루를 코에 들이부은 물고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들은 아직도 독도를 넘보고 세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종군위안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추보다 더 지독한 일본의 잔혹성을 후세에 알려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고추는 자신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지는 않지만 어디든지 섞이기만 하면 그 가치를 높여준다. 주인공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 바로 식품 속에서 펼치는 고추의 역할이다.
고추의 매운 성분은 캡사이신(capsaicin)이다. 매운 맛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극이다. 자극을 잘 느끼는 사람일수록 더 매운 맛을 즐기게 된다. 고추로 매운 맛을 첨가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먹은 후 위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고추를 즐겨 먹는 나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인도, 부탄, 중국의 쓰촨성(泗川省사천성), 후난성(湖南省호남성)과 베트남, 태국, 대만, 오키나와 등 아시아 지역이다. 또 멕시코와 서아프리카 등지의 더운 지역이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지역에서 고추를 많이 먹는다.
중국에서는 사천 요리에 고추와 초피를 많이 넣어 아주 맵게 한다. 또 호남 요리는 고추와 식초를 가미하여 신맛과 매운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귀주, 운남 지방에서 고추의 매운맛을 살린 요리가 발달했다.
일본에서는 고추가 채소절임의 조미료로 약간 사용될 뿐이다. 그런데 오키나와 국수에서는 반드시 코레구스를 넣는데 이는 고려고추라는 뜻이다.
고추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에는 산초를 향신료로 이용했다. 그러나 고추가 들어온 이후 우리의 식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얼큰한 김치찌개 등 고추를 이용한 요리가 많다. 김치에 사용되는 고추는 한국 특유의 매운 맛이 적은 고추로 약간의 단맛이 있다. 고추장도 양념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고추는 기후에 따른 환경적 요인이라기보다 문화적 특성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한국이나 부탄 같은 시원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도 고추를 좋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풍속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숯과 고추를 끼운 금줄을 문간에 걸어놓는다. 고추의 뾰족한 모양을 두고 남아로 생각했고, 빨간 색을 통해 생명력을 느꼈다. 그래서 붉은 고추가 잡귀와 질병을 쫓는다고 믿었다. 간장독에 붉은 고추를 넣고 고추를 끼운 왼새끼 줄을 장독에 감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추는 알차고 실속 있는 말로 통한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면 체격이 작은 사람도 얼마든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우리 민요에 ‘고추 당초 맵다고 하지만 시집살이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고추 보다 더 맵다고 했다.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약 오른 풋고추의 맛이 바로 고된 시집살이라 했다. 이처럼 고추가 이 땅에 들어와 민속 문화를 꽃피운 셈이다. 【식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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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32회 작성일 21-01-31 14:19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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