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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 사람을 품은 홍릉숲 이야기 (1) - 5월의 숲

사람을 품은 홍릉숲 이야기 (1)

 

5월의 숲

 

민 숙(국립산림과학원)

 

옛날 마을과 마을로, 다시 장터로 이어지던 산길이 둘레길로 개발되면서 길은 길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지역의 문화, 힐링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개인과 이웃 간의 소통의 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홍릉숲에는 천 년의 숲길, 황후의 길, 숲속 여행길, 천장마루길, 문배나무길로, 때로는 역사 속으로, 식물의 분류적, 지리적으로 나누어 부르는 여러 갈래 길들이 있다. 이 길은 도시민들이 가고 싶고 걷고 싶은 길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생태교육장이 되고 있다.




1922년부터 조성되어 국내외 1572,035종의 식물이 있는데 그 중 목본이 1,224종으로 국내종 836, 국외종 388종이며, 초본식물 811종의 다양한 식물들과 만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구임업시험장)의 부속 전문수목원으로서 식물유전자원 확보를 위해 조성된 시험연구림이다. 전국 각지로부터 종자와 묘목을 수집하면서 초기에는 버드나무원, 오리나무원, 고산식물원, 관목원, 약용식물원 등으로 관리 되어 왔다. 한국전쟁 중에 대부분의 수목원이 파괴되어 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 다시 재정비하여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목원, 외국수목원과 약초원, 고산식물원 등으로 구분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100여 년의 시간 터널 속을 거닐다 보면, 자리만 남아있는 명성황후의 능터와(금곡으로 이장)고종황제께서 마셨다는 어정에서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된다. 남한에 한 그루 밖에 없던 풍산가문비나무는 한국전쟁 중 폭탄의 위력을 버티다 결국 인공으로 접붙인 후계목으로 되살아나 미래의 통일을 꿈꾸고 있는 중이다. 약재로 중히 여겼던 시절 중국에서 들여와 전국으로 퍼져 나간 두충나무의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효와 건강도 생각하고, 세계 최초로 홍릉에서 발견한 문배나무는 기준 표본목으로 지정되었다. 나무마다 이곳에 자리하게 된 사연과 의미를 품고 있어 홍릉숲이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원래 자생했던 몇몇 식물들과 고향을 떠나 식물유전자원이라는 거국적인 사명을 띠고 전국에서 모여든 나무들 속에는 다양한 소()동물의 서식지를 마련해 준다. 힘들게 따서 떨어트린 잣송이를 살짝 가져오면 내거 왜 가져가느냐하듯 바삐 왔다 갔다 하는 청설모, 동생이 여기 저기 널려 있는 도토리라도 가져오면 약이 올라 어쩔줄 모르는 형제 다람쥐, 매끈매끈 족제비 삼형제도 이 숲에 산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면 저도 하모니에 참가하겠다고 꺼윽~꺼윽 따라 부르는 두꺼비들과 100여 년 가까이 숲의 소식을 알려주는 오음절로 우는 청딱따구리, 후두둑 후두둑 관목류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는 곤줄박이, 맑은 소리를 내뿜는 꾀꼬리 등 80여 종의 다양한 새들이 요리조리 나무 갈아타기를 한다. 이러한 숲에도 최근에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평일에는 초롱초롱한 꿈나무인 유치원생부터 대학생들까지, 주말에는 자유롭게 다니는 일반시민들까지 20년 동안 한 결 같이 사람을 품어주고 있다. 숲은 쉬고 싶어 한다.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 마다할 수 없어 품어준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홍릉숲은 어울림이다.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는 복수초를 시작으로 풍년을 점쳐 준다는 풍년화, 우리나라 특산종인 히어리의 조롱조롱한 꽃차례, 어여쁜 노란색 향연을 펼치는 영춘화, 개나리로 이어진다. 매화 향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수줍게 피어버린 우리나라 특산종인 미선나무, 달밤처럼 환한 왕벚나무의 꽃비가 너울너울 화답하고, 앞 다투어 수를 놓은 채색이 마무리 될 때면 청량한 비가 내린다. 어릴 적 훑어 먹던 아까시나무 꽃향기가 입안에서 알싸할 때쯤이면 5월의 숲은 어느새 녹색으로 하늘을 가리기 시작한다.

한바탕 시나위가 끝난 오월의 녹색 숲만큼 우리의 마음도 싱그럽게 물든다. 무엇인가 가득 찬 느낌이다. 함께 하여서 기쁘고 즐거운 것처럼 오월의 숲이 분주하다. 온 산을 시끄럽게 흔들던 직박구리도 곱디고운 소리로 사랑가를 연주하고, 일찍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부양하고 있는 청딱다구리도 부러운 양 둥지를 틀기 위한 목소리들을 여기 저기 울린다. ~, 쯔이쯔이 쯔쯔, 이렇게 녹색의 끝자락에는 또 새로운 식구들이 늘어난다.

5월의 홍릉숲, 고사리 같은 손으로 쉬잇~쉬잇 살금살금 숲속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는 아이들은 숲을 탐닉하다가 이내 배시시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 일찍 꽃잎을 틔워 빨갛게 익어가는 양벚지처럼 아이들 입가에 달콤한 웃음이 번진다. 그렇게 오월의 숲이 익어간다.식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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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2회 작성일 21-02-0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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